오랜만에 여기다 글을 쓰네요. 글로 돈을 벌고 싶어서 포스타입도 해보고, 메일링도 해봤지만 결국 가장 편한 공간은 이 곳인 거 같아요. 저번에 카카오톡에 제 블로그가 노출된 적이 있다길래 광고비 기대를 해봤는데 꾸준히 안 하니 결국 조회수도 저조하고 광고도 안 들어오네요 (/ω\)

마지막 발작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어요. 어제까지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영양수액을 맞으니 신기하게 통증이 내려갔어요. 영양소가 모자랐다기 보다는 수액 자체가 발작 후 통증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응급실에서 지금 뭐 맞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면 항상 식염수랑 안정제라고만 했거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다음에 또 쓰러지면 그냥 바로 구급차 불러달라고 하려구요. 원래 발작하고 나면 그 다음 발작을 연쇄적으로 하게 될 위험이 크기도 하고... 4년이나 안 했던 발작을 잦은 주기로 하고 있어서 불안합니다.

 

발작이라고 하거나 쓰러진다고 표현하면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 해주는 거 같아요. 그냥 통증 없이 픽, 픽 쓰러지는 게 아닌데... 경련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이미 비하적인 뉘앙스를 가져서 '뇌전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약속되어 있고...(그럼에도 환자 앞에서 경련, 경련약 이라고 부르는 의사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최대한 덜 이상해(?)보이려고 쓰러진다고만 말했는데 이제는 뇌전증이라는 걸 크게 숨기지는 않아요. 이것도 희귀질환에 속한다는 데 왜 이렇게 지원을 못 받는지...ㅠㅠ 매일 두번 씩 약을 먹는 것 말고는 치료법도 따로 없고 앞으로 발작을 할 지 예측하는 기술 밖에 없는데 검사비는 어마어마하고... 통증이 오래가는 나날들 동안 얼마나 검사를 받고 싶었는지 몰라요.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금액. 동사무소에 가봐야하는데 부정적인 말만 들을 것 같아서 두려워서 못 가고 있네요. 가야지 뭔가 길이 보일텐데... 길이 막혔든 뚫렸든. 

 

강박증이 심하지 않았을 때는 코딩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강박증이 심해진 후로는 일상생활도 잘 되지 않았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고통이에요.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해 책을 샀는데(제가 사는 지방에 강박증 클리닉이나 전문 상담 센터가 없어서) 강박증 유병률이 전국민의 2.1%더라구요. 겨우 2.1%. 그런데 내가 거기 포함되다니... 정말 저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강박증을 치료하려면 강박증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병이 발병하는 이유가 뭔지 앞장에서 읽고 있는데 그 병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 뭔가 도움이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읽을 때는 내가 이런 걸 왜 알아야 해? 나랑 상관도 없고 나는 치료법이 알고 싶은 건데, 싶었는데. 역시 정보를 아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강박증엔 여러 행태가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위생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심각했어요. 성적인 사건 이후 생긴 강박증입니다. 원래도 문단속 같은 강박증이 있긴 했지만 제 일상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고, 평범한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트라우마가 생기고 나니 제 물건들이 쉽게 더렵혀 진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것들을 소독하는데 하루 중 아주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강박증 클리닉의 원장 같은데 책을 읽고, 노력한다면 완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더라고요. 믿어보게요.

 

우울증이 심해졌어요. 무슨 약이든 제대로 먹지 않으면(빼먹지 말고 챙겨먹기) 내성이 생기는데 저 이러다가 몸에 이상 생길 정도로 높은 용량으로 먹게 되는 거 아닌지... 하여튼 이제 진짜 제대로 다니자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는데, 의사쌤이 성격이 변했더라고요. 병원 위치 옮기고 전보다 훨씬 바빠졌는데 왜이렇게 4가지가... 예전엔 환자 마음에 공감해주려고 하는 의사선생님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의견을 제시하면(강박증 약이 먹고 싶다, 수면제 용량을 올릴 수 있나요) 의사들만 아는 용어를 쓰면서 안 된다, 안 된다 하는데, 본인이 강박증 약에 대해서 잘 모르겠는 것도 알겠고, 지금도 용량이 높다는 것도 알겠는데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하는지 좀 어이가 없었어요. 하여튼 상담은 전혀 없고 증상을 억누르는 약만 처방해주는 개인병원이라 대학병원으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에 대학 병원에서 처음 진단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15분 정도 상담을 해주고 3만원대 가격이 나오더라구요. 일주일에 3만원이면 결코 저렴한 값은 아니지만 그 돈을 내고서라도 이놈의 우울증을 제발 고치고 싶습니다. 저는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데 성격장애(이것도 성격장애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강박증 치료의 예후가 안 좋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가 낙담할 뻔 했는데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성격장애와 강박증을 같이 치료한대요. 그러면 괜찮나봐요. 

 

제가 언급한 처음 가봤다던 대학병원은 선생님이 강박증을 전문으로 보시는 분이었는데... 지방으로 내려오니 강박증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네요. 이게 좀 아쉬워요. 책 보면서 노력할 거긴 하지만... 강박증 치료방법인 행동치료, 노출반응방지법을 전문가와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주기적으로 전문가의 조언도 얻고 싶었고. 책 보고 따라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저자인 의사가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기 때문에 일단 해보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ㅠㅠ 최소한으로 골 썩이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참 마음대로 되지가 않네요. 

 

요즘의 근황은 학원에서 일 하고 있습니다. 제 수업이 두 개가 생겼어요. 한 명은 프론트엔드 수업이고 한 명은 초등 창의수학 입니다. 애들 보니까 힐링도 되고 막... 버러지 같은 나와 밝고 깨끗한 아이들이 비교되는 것 같은 감정도 느끼고... 우울증이 심해지긴 했나봐요. 이런 생각까지 하고. 양극성 정동장앤데 일시적으로 우울증 약을 써서... 부작용으로 조증이 살짝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랑 정동장애 둘다 앓고 있는 사람은 의사를 정말 잘 만나야 하는데(약을 제대로 줘야하니까) 모든 게 쉽지가 않네요 정말 ㅜㅜ 강박증을 전문적으로 아는 의사도 정말 만나기 힘들고...

 

아픈 걸로 더 이상 빚은 못 내겠다 했는데 강박증을 치료할 수 있다면 한 번은 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발작 했을 때 1번, 발작 이후에 2차 사고로 수술했을 때 총 2번 대출을 받았었어요). 그만큼 강박증은 한 사람의 삶을 곪아가게 해요. 

 

그리고 가을이면 대학생이 됩니다.

 

얘기가 왜 글로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너무 커요. 설렘만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강박증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까도 두렵고(그러니까 반드시 입학 전에 병 고치기) 이렇게 무기력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내가 어려운 대학 내용을 따라갈지도 두렵고. 저는 무조건 장학금 받으면서 다녀야 하는데... 학자금? 지금 있는 빚 만으로도 눌려죽을 거 같아요... 

 

여튼 매일 타자치기 불편한 노트북으로만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데스크탑으로 글을 쓰니까 생각 정리도 잘 되고 글도 잘 나오고 좋네요. 우울하든 불행하든 행복하든 자주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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