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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다노dano 2021. 9. 7. 03:09

살 뺄 거예요. 지금은 아마 158cm에 52kg 정도 될 거예요. 초등학생 때 155cm 에 38kg 였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처음으로 야식을 먹게 되고, 매점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3cm가 크고 몸무게가 저렇게... 늘었어요. 지금 제 키에 40kg 가 저체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 몸무게를 유지했을 때가 가장 튼튼했습니다. 달리기 최소 2등이었어요. 사실 저 몸무게도 찌고 찌다가 40kg를 넘게 되었는데 그때 친구한테 내가 40kg를 넘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게 기억나요. 저희 가족도 저한테 살쪘다 그러고. 좀 말라야 튼튼해지는 몸인가...

 

무슨 저주에 걸렸는지 얼굴은 이모양으로 태어났지만... 객관적으로 몸매는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살빼서 패션 계정으로 팔로워를 많이 모으고 싶어요. 몇 천명정도 모아서 협찬을 받고 싶어요. 옷 많이 갖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아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위가 아팠어요. 정신적인 문젠거 같아서 비상약을 먹고 이온음료를 마셨어요. 

 

요새 학원에는 잘 꾸미고 갑니다. 엄마 말로는 애들도 예쁜 선생님을 좋아한대요. 예쁘게 하고 가니까 엄마랑 안 싸워요. 엄마가 도시락도 싸줬어요. 집에 가서 설거지하고 내일 가져오려고 했는데 가방 뺏으면서 자기가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뭐지... 이런 사람 아닌데. 

새로운 선생님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데 제가 벽을 치는 게 아니라 진짜 오면 시간이 없는데... 자는 애들 옆에 붙어서 문제 같이 풀고 한 단원 끝난 학생들 따로 불러서 이론 설명해주고 저도 c언어 공부 계속하다보면 대화할 시간이 없어요. 카톡이나 트위터는 하지만. 

어차피 12월에 그만둘 거고 그 쌤은 다른 쌤이랑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굳이 친하게 지내라는 건지... 

근데 12월에 그만둘 수 있을까요. 그만둘려면 진짜 어플로 성공해야하는데 그거 다 할 수 있니? 중간기말에 자격증 시험까지 치고 일까지 하면서. 

희한하게 이번 자취방은 싫지가 않아요. 이때까진 다 싫었거든요. 너무 좁거나 낡아서.

여기도 깨끗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저랑 고양이 둘이 살기엔 꽤 아늑해요. 방음이 존나게 안돼서 윗집에 올라가서 문 발로 차면서 나와보라고 하고 싶은 걸 매주 참아야하긴 하지만. 

 

저는 이제 삶의 진로를 확고하게 정했어요. 컴퓨터과학과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복수전공하기로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에서 온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됐거든요. 어디서 오긴 어디서 와 난자와 정자가 우연히 만나서 태어난 거지... 

그런데 천문학을 공부할수록 정말로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내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기쁜 소식은 그것을 알려줄 최신의 이론이 너무 늦지 않은 때에 밝혀질 거래요. 천문학과에 가면 M-이론을 공부하고 싶어요.

근데 수학이 필수라서 수리물리학과는 따로 없나 찾아봤는데 없는 거 같더라구요. 뗄 수 없는 과목이니까 가면 알아서 다 배우게 되겠지...

 

그리고 2년 뒤를 생각해봤어요. 내가 계속 부산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지금 본가에 내려온 건 휴양차 내려온 거예요.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일단은 고향이고, 익숙한 장소들이고 타지에 혼자 있다는 느낌이 안 드니까. 

서울에서, 인천에서의 삶은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생명유지만을 위한 삶이었어요. 여기는 월세가 이십만원 정도 싸니까 살 만 해요.

만약에, 그때 내가 돈을 꽤 모으고 정신이 많이 나아지면 굳이 부산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산을 떠나지 못하겠다고 한 건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또 연고도 없는 타지에 혼자 갔다가 공황장애만 심해질까봐요. 

부산에 와서 가장 좋았던 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였는데 친구들도 다 타지역에서 공부하거나 취업하게 되어서... 저는 왕따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서울로 가는 게 친구들 만나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그 근처에 살아서. 

서울 가면 새 친구 못 만들거 같았는데 부산에 있어도 똑같더라고요? 다들 어데서 그렇게 새로운 인간관계를 잘만 만나는지... 

 

여튼 컴퓨터과학으로 전공을 확실히 정한 거, 기왕 하는 거 완벽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할 거예요. 컴퓨터는 자연에 숨은 법칙을 찾아내야하는 바늘 찾기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걸 제대로 이해하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학문이니까요. 물론 엄청나게 노력해야겠지만요. 

우주에 창조주가 있다면... 컴퓨터의 창조주는 인간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 재밌어요. 네모난 작은 우주를 이리저리 다룬다 생각하면 더 재밌게 느껴지고. 

 

제 트친님들도 거의 서울 근처에 계신 것 같고... 가끔씩 시간 될 때 뵈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요. 부산도 좋지만 더 이상의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지역이라면 굳이 있을 필요가 없어요. 바다가 보고 싶을 땐 가끔 기차 타고 내려오면 되고. 

솔직히 토론회나 모임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왜지? 다른 사람의 생각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예전엔 궁금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 모임날에서 탁상공론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하나의 문제에 대해 각자 어떻게 생각하냐 말하는 것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좋았던 기억들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글! 글을 쓰고 싶다. 물론 글쓰기 실력이 발전한다 해도 책을 낼 일은 전혀 없어요. 나무가 너무 불쌍해요. 

그리고 미술을 배우고 싶어요. 한달동안 취미반으로 다녔었는데 실력이 엄청 빨리 늘더라고요. 선생님도 원래 그 속도가 보통이래요. 근데 그리고 싶은 게 없어요. 나는 2년마다 완전 다른 사람이 되니까 2년 후에는 그리고 싶은 게 생길 거예요. 

 

그리고 내년에 타투를 할 거예요. 어깨에 할머니 이름을 한자로 새기고 손가락에 삼촌의 기일을 새길 거예요. 나는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나태하게 살면 안 되는 사람이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생각할 거예요. 

내가 태어난 이유가 있다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키 작은 여자 역할을 맡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전에 포스팅한대로 <맹자>를 읽고 있는데 아주 재밌습니다. 사회계층분리를 강력히 주장했더라고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임금과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은 나라를 지혜롭게 다스리기 위해 정신적으로 학문과 정치에 집중해야 하고 서민들은 나라의 경제력을 마련할 노동을 해야한다... 

그런 세상이 있긴 했나요?

어쨌든 이 사람은 똑똑하고 한 나라의 군주 앞에서 아주 쌀쌀맞게 말을 비꼽니다. 문답형식이라 재밌어요.(읽으면서 왕한테 저렇게 말해도 되나? 우리나라였으면...)

 

음 빨리 할로윈 됐으면 좋겠다. 그날 남사친이 같이 가주면 현진이랑 같이 클럽 가고 싶어요. 우리끼리 가면 성추행해서. 남자애들이랑 가야 해요. 술 먹고 춤추고 싶다... 

 

요새 동거하고 싶어요. 그래서 선우정아 동거 노래 들었어요 ㅋㅋㅋ 사실 그 가사는 공감안되지만... 동거를 해본 입장에서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 이거는... 말이 안 돼요. 돈이 부족하면 행복할 수 없어요. 정말로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두 사람이 아니라면.

 

아 그리고 저 재난지원금 받아요. 당연히 받을 줄은 알았는데 너무 쉽게 돼서 뭐지? 싶더라고요. 트위터에선 못 받아서 난리던데. 

이돈 빚갚는데 쓰려고 했는데 이번주에 할머니랑 hnm가서 가디건이랑 예쁜 플리츠 치마 사드리려고요. 

제 돈 아끼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근데 자꾸 할머니랑 같이 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한때 뇌 업로딩이니, 인체보존술이니 영생에 관한 것들을 믿었었는데... 이젠 믿지 않아요. 다른 차원으로 가든 환생을 하든 신체와 영혼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뇌를 깨워서 기억을 복구한다고 한들 그건 "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러면, 내 주위에 누가 죽으면... 영영 만날 수 없는 거예요. 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저는 그 절망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어요. 이제부터라도요. 

 

파울라가 이렇게 말해요. 난 서른 전에 걸작 3점을 그리고 서른에 죽을 거야. 정말로 그녀는 몇백장의 걸작을 그려내요. 그리고 출산 후 후유증으로 사망해요. 파울라가 걸적 3점을 반드시 그리겠다고 외치는 장면이 생생해요. 나도, 나도 서른 전에 꼭 성공할 거야. 

그래서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상하게... 할머니는 제가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셨더라고요... 난 손년데... 막내 삼촌 정도면 잘 살고 있는데 내가 꼭 성공을 했어야 할까. 어쨌든 꼭 할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저는 서른 전에 성공할 거예요. 제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렇게 될 거예요. 

다음주 금요일에 백신 맞으니까 이번주 금요일에 술 먹고 9월 한달 안 마실 거예요... (이번주 금요일도 안 마실순 없니? 응 안돼)

 

이번에는 도수가 좀 낮은 위스키예요. 전에 마셨던 코냑이 미친 도수였어서... 근데 희한하게 마시기 전에 그 부분을 찾아보고 마시면 절대로 안 잊혀지더라고요. 그 내용이. 이번 위스키도 공부하고 마시긴 할 건데, 뭔 모든 종류의 술을 그렇게 마시면서 공부할 수는 없고... 

 

단순 암기 자격증 시험은 초등학생 이후로 처음이라서 좀 떨리네요. 이것도 막 연상법 같은 거 써서 외워야하는 건가. 논리적으로 외우기엔 지명이랑 술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근데 구질구질하게 친구 얘기 한번만 더 할게요. 

둘다 무척 화가 나는 상황이었고, 저는 그에 대한 사과를 못 받았어요. 걔는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하니까요. 제가 원인 제공을 했으니 저는 그냥 입을 다물었어요. 그런데 나 올해 너무 힘들었는데. 넌 내가 공황장애 때문에 부산에 내려왔고 삼촌이 죽은 것도 알고 있는데.

사실 서울에 가면 나 괜찮냐고 물어주길 내심 기대했었어. 너한테 그 말을 듣고 싶었어. 너를 위해 내가 간 거였지만 막상 내려오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만약 네게 그런 일이 벌어졌고 몇 달 후에 만나게 된다면 난 바로 너한테 더 이상 힘들지 않냐고, 지금은 좀 괜찮냐고 물어봤을 거라서 그런 거 같아. 

내가 본가로 내려오기 전에 너한테 유서를 썼었는데 너한테 그 말을 안 했었나. 이성 문제에 민감하신 어머니 때문에 생일이면 몰래 케이크를 사서 아파트 앞에서 주고 아파서 입원했을 때 걸어서 병문안도 갔었는데. 그때 입은 옷이랑 온도도 생각나는데. 

그냥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나봐. 그리고 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나봐. 7년을 사귀다 헤어진 연인을 봐도 놀라운데 13년을 알고 지낸 친구와 절연하는 건 아직도 와닿지가 않아요. 

 

우리가 알게 된 계기가 황당할 만큼 사소했던 것처럼... 이제 서로를 잊어버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자. 안녕, 안녕.